김대복 한의학박사 |
후비루증후군(posterior nasal drip syndrome)은 콧물이 지속적으로 목 뒤로 넘어가는 증상이다. 후비루(喉鼻漏)에서 후는 목구멍이고, 비루는 코 외로 배출되는 병적인 배출물이다. 목 뒤로 넘어간 비루는 인후두를 스치거나 고인다. 즉 목구멍으로 넘어가는 콧물이 후비루다.
원인은 비염, 축농증, 인후염증, 위산역류증, 코의 형태적 이상, 연하장애, 호르몬의 변화 등 다양하다. 최근에는 미세먼지로 인한 증상 악화도 눈에 띈다. 구리, 황산염과 같은 금속성분에 세균과 알레르기 유발물질이 포함된 미세먼지가 코, 입, 인후두 점막을 자극해 염증반응을 일으킨다. 그 결과 기능이 약화된 코 점막에 세균 감염이 늘어 후비루를 발생시키기도 한다.
콧물의 응어리인 점액물질은 코를 세 개 풀어도 일부밖에 나오지 않아 구역질을 하듯이 입으로 뱉어내야 한다. 후비루는 목에 자극이 계속 된다. 그렇기에 이를 해소하기 위해 본능적으로 헛기침을 만성적으로 하게 된다. 후비루의 주성분은 단백질로 세균에 의해 분해되는 과정에서 질소화합물을 분비한다. 이것이 심한 입냄새를 일으킨다. 또 목이물감, 인후통, 호흡불편, 음식물 삼킴 장애도 함께 나타난다.
일반인에게 거의 구별되지 않는 후비루와 후비루증후군은 다소 차이가 있다. 이학적 검사에서 비인두나 구인두에 점액이 보이거나 인두벽 점막이 불규칙한 형태면 후비루로 진단한다. 점액이 목 뒤로 지속적으로 넘어가지만 이학적 검사에서 특별한 점이 발견되지 않으면 후비루증후군으로 분류한다. 검사법은 해부학적 이상 여부를 살피는 내시경 검사를 비롯하여 특정 물질에 대한 반응을 확인하는 항체 검사, 천식 검사 증상과 체질에 따라 다양하다.
후비루를 완화하려면 생활 습관에 신경 써야 한다. 먼저, 신선한 공기가 좋다. 숙면을 취하고 과로를 피하는 것도 포인트다. 섭생은 인스턴트 식품 대신 섬유질이 풍부한 야채나 과일이 좋다. 코와 위장 기능을 강화하는 식품에는 생강, 콩, 대추, 신선한 야채 등이 있다. 반면에 밀가루 음식, 차가운 음식, 술, 담배는 좋지 않다. 신선한 물을 자주 마시고, 생리식염수로 코를 하루에 2~3회 세척하는 것도 방법이다.
후비루의 근본 치료법은 해당 질환을 다스리는 것이다. 구취와 후비루의 원인인 축농증, 비염, 역류성식도염, 목이물감, 가래, 기침 등의 원인을 정확히 진단하고 딱 맞는 약물 처방하는 것이다.
양방에서는 알레르기성 비염이 원인이면 항히스타민제, 점막수축제, 국소 스테로이드로 치료를 한다. 부비동염은 항생제 투여와 수술적 요법을 하고, 위산역류는 재산제와 장운동개선제 처방에 관심이 많다.
한의학에서는 구취를 동반한 후비루를 폐, 비, 신 등 주변장기의 약화로 파악한다. 치료는 원인질환인 비염, 부비동염, 알레르기 등을 먼저 처치한다. 비강조직과 인두부분 점액을 세분해 원인 치료를 하고, 콧속의 구조물인 하비갑개(下鼻甲介)의 손상 여부도 주목한다. 비염과 입냄새의 원인이 되는 건조하고 손상된 하비갑개의 자연회복력을 높이는 처방을 한다.
후비루 전반에 걸쳐서는 신궁환 등으로 해독하고 혈액을 맑게 한 뒤 폐 기능 자체를 강화시키는 방법을 쓴다. 비염고, 청비수, 통비수 등도 증상에 따라 가감된다. 체질에 맞는 처방이 되면 빠르면 1개월 만에 효과를 볼 수 있다.
홍의석 기자 news@iminju.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