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복 한의학박사> |
심리적 불안에 가장 취약한 질환은? 히스테리의 일종인 매핵기(梅核氣)다. 입시 부담의 청소년, 취업 전쟁의 청년, 정년 불안의 중년, 노후 걱정의 중노년이 겪는 공통점은 불안과 스트레스다. 이 같은 상황이 지속되면 몸에 이상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 마음이 몸을 아프게 하는 것이다. 대표적인 몇 증상은 다음과 같다.
아랫배가 더부룩하고 소화가 잘 안 된다. 목이 건조하고 입이 잘 마른다. 목이 컬컬하고 가래가 자주 낀다. 목소리가 허스키하게 변한다. 목에 통증이 있고, 이물감을 느낀다. 말을 할 때 습관적으로 ‘음음~’ ‘흠흠~’을 하게 된다. 헛기침이 반복된다. 잠자려고 누우면 기침이 특히 심하다. 때로는 숨을 쉴 때 불안하기도 하다. 불안과 걱정이 여느 사람에 비해 많다.
이 같은 증세가 3가지 이상 계속 나타나면 매핵기로 생각할 수 있다. 소심하거나 신경질적인 사람에게 많이 보이는 매핵기는 목에 매실 씨앗같은 물질이 맺혀 있는 느낌의 증세다. 칠정(七情)인 희(喜) 로(怒) 우(憂) 사(思) 비(悲) 공(恐) 경(驚)으로 마음이 상하면서 신경성 식도경련을 일으키는 게 원인이다. 매핵기는 신경쇠약증과 만성 인후염이 동반되기도 한다. 가슴과 얼굴에 열감이 올라오고, 목마름, 호흡불편, 불안, 초조, 불면 등이 온다.
매핵기는 인후(咽喉)에 작은 알갱이가 달라붙은 느낌인데 뱉어도 나오지 않고, 삼켜도 넘어가지 않는다. 습관적으로 헛기침을 하는 이유다. 목에 이물질이 걸려 있는 느낌 탓에 가슴도 답답하고 메스껍다.
조선전기의 의학서적인 의방유취에서는 후비루와 매핵기, 목구멍에 부스럼이 생기는 질환을 모두 열(火)로 인해 경락이 맺힌 인후 질병으로 판단했다. 매핵기와 비슷한 질환은 후비루와 함께 인후두염, 역류성식도염, 조담, 흉격열증, 분돈증 등이 있다.
인후두염은 인후두의 염증, 역류성식도염은 위액 역류로 인한 목 이물감, 조담은 기관지에 붙은 끈끈한 가래 증상를 보인다. 흉격열증은 가슴부위의 울화로 인하여 목에 진한 가래가 달라붙어 있는 증상으로 가슴이 터질 듯 답답하다. 숨이 차고, 변비도 있다. 분돈증은 강한 스트레스 후에 생기는 병이다. 목과 가슴이 답답하다. 처음에 배꼽 밑에서부터 덩어리가 뛰기 시작하여 가슴과 목까지 치밀어 오르게 된다.
매핵기는 자기공명촬영 등에서는 별 다른 이상이 나타나지 않는다. 일부에서는 역류성 식도염으로 진단하는 경향이 있다. 치료는 위산 억제요법을 많이 사용한다. 목 이물감 원인이 역류성 식도염이면 위산 억제제는 잘 듣는다. 그러나 역류성 식도염이 아닌 경우에는 위산 억제요법이 자칫 증상을 악화시킬 수 있다.
음식 소화는 위산 분비 덕분에 진행된다. 적정한 위산 분비는 소화에 도움이 된다. 만약 위산을 억제하면 소화 장애를 일으키고, 매핵기 증상은 더욱 심해지게 된다.
매핵기의 치료를 위해서는 매핵기와 매핵기 유사증을 구분해야 한다. 정확한 검사를 위해서는 충분한 설문과 상담이 선행되어야 한다. 또 위장기능검사, 내시경검사, 인후검사도 할 수 있다. 이를 통해 정확한 진단을 한다. 매핵기도 원인이 다양하다. 원인에 따른 처방이 필요하다. 소화력이 약하면 위장운동을 강화하고 흉강을 압력을 줄이는 처방을 하고, 코에 쌓인 담적이나 코의 점막 염증은 소염작용의 약재를 쓴다. 또 음식요법, 운동요법, 스트레스관리법을 병행한다.
매핵기는 신경성으로 발병하지만 심리요법만으로는 증상이 개선되지는 않는다. 울체된 기를 소통시켜줘야 한다. 이기(理氣)제로 기의 흐름을 원활하게 하고, 거담(祛痰)제로 울체된 담을 풀어주어야 한다. 몸에 축적된 담음을 제거한다. 이 과정에서 탁해진 몸이 맑아지고, 신진대사가 원활하게 한다.
기의 흐름이 울체돼 나타나는 매핵기의 치료에는 가미사칠탕, 가미이진탕 등이 좋다. 대표적 처방이 해울통기탕(解鬱通氣湯)이다. 소요산이라는 기본처방에 해울 효능 약재, 통기작용 약재 등 20여 가지의 약재로 구성된 처방이다.
약재 중에 모려는 굴조개껍데기로 교감신경의 완화, 골격근 마비 개선, 중추신경 활성화를 기대할 수 있다. 산조인은 멧대추의 씨 의 알맹이다. 심장과 소화기를 돕고 정신을 맑고 편안하게 한다. 가슴 답답함, 불면증 해소에 효과가 있다.<김대복 한의학박사>
홍의석 기자 news@iminju.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