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플루가 기승을 부리는 요즘 유독 괴로운 사람들이 있다. 콧물과 재채기를 달고 사는 알레르기 비염 환자들이다. 시도 때도 없이 나오는 재채기와 콧물을 주체할 수 없는 데다 주변의 시선까지 의식해야 하기 때문이다. 마스크를 써도 아침저녁으로 차가워진 공기에 콧속이 간질간질해진다. 어쩌다 공공장소에서 재채기라도 하면 근처에 있던 사람들이 슬그머니 자리를 피하기 일쑤.
알레르기 비염의 대표적인 증상은 콧물, 재채기, 코막힘이다. 2주 넘게 이런 증상만 나타난다면 알레르기 비염을 의심해볼 수 있다. 알레르기 비염은 성인보다 소아, 여아보다 남아에게서 많이 발생하며 우리나라 인구의 10~25%가 앓고 있을 만큼 흔한 질환이다. 콧물과 재채기 증상이 있다 보니 감기와 많이 혼동하는데, 비염은 코와 관련된 증상만 나타난다. 그러나 감기에 걸리면 코 증상 외에도 으슬으슬 추운 오한, 발열, 두통, 인후통 등 전신 증상이 나타난다.
한방에서는 비염을 치료할 때 폐를 주목한다. 폐에 울화(鬱火)가 있거나 풍냉(風冷)으로 폐(肺·호흡계), 비(脾·소화계), 신(腎·내분비계)의 면역기능이 떨어지면 기혈(氣血) 순환에 장애가 오면서 비염이 찾아오기 때문이다. 따라서 폐, 비, 신의 기능을 높여 기혈순환을 원활히 하고 인체 저항력과 면역력을 강화시켜 외부 물질의 자극에 몸이 견딜 수 있도록 도우면 비염이 치료된다. 치료의 핵심은 신궁환(神弓丸)이다. 주재료는 창이자(도꼬마리), 신이(목련꽃 봉오리), 유근피, 오이꽃버섯, 작두콩, 곰보배추 등 10여 가지 약재로 개인의 증상에 따라 맞춤 처방된다. 신궁환은 체내에 쌓인 독성 물질을 배출시켜 해독하면서 혈액을 맑게 하고, 몸의 상태를 강화해 면역력을 높인다. 더불어 폐 기능을 활성화해 증상을 개선하고 유지해준다. 무엇보다 천역 약재로 만들기 때문에 부작용이 없을뿐더러, 환약이라 간편하게 복용할 수 있다.
신궁환과 함께 한약 연고 및 스프레이 요법으로 코 점막 내 부종과 염증을 제거하면 치료기간이 단축된다. 또 침과 뜸을 통해 폐, 대장, 위 등의 장부를 다스려주고 영향혈, 비익혈 등 비염에 효과적인 혈자리를 자극해 코막힘과 콧물을 해소시키면 더욱 좋다. 최근에는 고농도 산소 아로마 테라피도 인기다. 아로마 오일을 경혈점에 흡수시키면서 편백나무로 만들어진 고농도 산소치료실에서 피톤치드와 산소를 흡입하게 하면 비염의 여러 증상이 감소하고 저항력이 강화된다.
물론 이런 치료와 더불어 생활습관 및 식습관 개선은 필수다. 비염의 원인물질이나 환경에 노출되지 않도록 하고 과로는 금물. 적당한 운동으로 체력을 보강해 면역력도 높여야 한다. 과일과 채소, 해조류를 많이 섭취하고 음식도 화학첨가물이 함유되지 않은 자연식품 위주로 먹는 게 좋다.
알레르기 비염은 코감기와 혼동돼 질환 관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을 뿐 아니라 재발이 잦아 난치병으로 인식되기도 한다. 그렇지만 한방으로 근본 원인을 찾아 치료하면 재발은 물론 만성 비염으로 악화하는 것도 막을 수 있다.
혜은당한의원
원장 정수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