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미디어 2016.06.27.>
동의보감 입냄새 처방과 익지인 구취 해소법
[WHY 입냄새, WHAT 구취]김대복 박사의 종횡무진 냄새 문화 탐험<45>
현대인의 절반은 입 냄새에 예민하다. 구취는 타인에게 불쾌감을 줘 대인관계 및 사회생활에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 입 냄새는 어린이부터 노인까지 예외가 없다. 대전대 한의대 김대복 겸임교수의 입 냄새 문화 산책을 시리즈로 엮는다.
<45>동의보감 입냄새 처방과 익지인 구취 해소법
동의보감에서는 입냄새 원인을 살피고 이에 따른 처방을 한다. 대표적 원인인 ‘위(胃)의 열(熱)’을 다스리기 위해 궁지고, 가감감로음, 승마황련환, 용뇌계소원을 처방한다. 단방의 약재로는 향유, 회향 등을 안내한다. 가슴의 허화(虛火)와 울열(鬱熱)에 의한 구취, 즉 심한 스트레스에 의한 구취에도 궁지고를 쓴다. 입냄새는 가슴에 몰린 열기(熱氣)가 입으로 올라올 때 나는데, 이를 잡는 방법이다.
기름진 음식을 섭취해 숨 쉴 때 나는 비린내에는 가감사백산을 쓰고, 고기를 많이 먹어 나는 입냄새는 신공환으로 다스린다. 피고름이 나오는 폐옹(肺癰)의 역겨운 냄새는 소풍산을 처방한다.
심기(心氣)가 부족해 나는 입냄새에는 익지인을 사용한다. 동의보감의 전서 득효(得效)에는 ‘익지(益智) 치심기부족구취(治心氣不足口臭) 익지거가감초(益智去殼加甘草) 위말건연하(爲末乾嚥下) 혹비탕점복(或沸湯點服)’으로 설명했다. 뜻은 다음과 같다. ‘익지인은 심기가 부족할 때 나는 구취를 치료한다. 껍질은 버리고 감초와 함께 가루를 내어 먹는다. 또는 끓는 물에 조금씩 타 마신다.’
심기(心氣)는 혈액순환 등의 심장활동을 촉진시키는 에너지다. 한의학에서는 심장을 심기(心氣)와 심혈(心血)로 나눈다. 심혈은 구조적 관점에서 심장이고, 심기는 심장을 박동시키는 힘이다. 또 정신작용이기도 한 심은 혈맥을 주관한다. 심기가 부족하면 땀이 나고, 가슴 두근거림과 놀람, 건망증이 나타난다. 더 진행되면 두통, 뒷목의 뻐근함, 어지러움증, 불안, 공황장애, 불면증을 부른다. 위장관계도 영향을 받아 소화불량, 위염, 식도염 위험이 높아진다. 전반적으로 면역력이 약화된 탓이다.
기원전 200년 무렵에 발간된 황제내경 영추(靈樞)의 맥도(脈度)에는 ‘심기통어설(心氣通於舌) 심화즉설능지오미의(心和則舌能知五味矣)’ 구절이 보인다. 심기(心氣)는 혀에 통하고, 심(心)이 화(和)(편안하면) 하면 혀가 능히 다섯가지 맛을 구분한다는 의미다. 이는 심기가 약하면 인간의 생존조건인 5가지 맛인 신맛(酸) 쓴맛(苦) 단맛(甘) 매운맛(辛) 짠맛(鹹)을 제대로 느끼지 못해 신체기능이 떨어짐을 뜻한다.
익지인을 감초 가루, 따뜻한 물과 함께 복용하는 것은 폐의 열을 다스리는 의미도 있다. 사람은 호흡을 한다. 들숨과 날숨을 통해 산소를 얻고 이산화탄소를 배출한다. 호흡 주관 기관인 폐는 감정 기복에 무척 예민하다. 폐에 열이 쌓이면 마음이 무너진다. 스트레스 컨트롤에 지장이 생긴다. 따라서 건강을 위해서는 폐의 기를 보하고 몸속 수분 균형을 맞춰야 한다. 익지인은 폐의 열을 다스리는데 효과적이다.
신장의 이상으로 오는 구취 제거와 폐의 열을 없애는데 쓰이는 익지인은 배뇨기능에 특효가 있다. 고금의감은 ‘주로 오줌을 자주 누고 참지 못하는 것을 치료한다. 또 의지와 다르게 나오는 오줌도 멎게 한다. 소금물에 달여 복용하거나 알약으로 먹어도 좋다’고 설명한다. 동의보감에서는 소금을 넣고 달이면 위(胃)를 덥게 하고 정(精)을 굳건히 하는 효과도 곁들였다.
익지인은 생강과 식물인 익지의 익은 열매를 말린 것이다. 여름철에 잘 익은 열매를 따 말린 뒤 껍질을 벗겨서 약재로 쓴다. 신(腎)과 비(脾)를 보하고 따뜻하게 하는 기능이 뛰어나다. 지력(智能)과도 밀접하다. 명나라의 약초학자인 이시진(李時珍)은 ‘비(脾)는 지혜를 관장한다. 익지인은 비위(脾胃)를 돕기에 지혜를 더한다는 의미를 지녔다’고 했다. 오래 복용하면 두뇌가 좋아는 것으로 보아 익지인(益智仁)으로 이름한 것이다.
이 약초의 성질은 따뜻하고, 맛은 매운편이고, 독이 없다. 유정(遺精)을 낫게 하고, 오줌횟수를 줄이고, 침을 흘리지 않게 한다. 자연스럽게 기운을 솟고, 정신이 안정돼 기의 흐름이 좋아진다. 약효는 대추처럼 크고, 껍질은 희며, 속알맹이는 검고 씨가 잔 것이 뛰어나다.
글쓴이 김대복
대전대 한의학과 겸임교수로 혜은당클린한의원장이다. 주요 논문으로 '구취환자 469례에 대한 후향적 연구'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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