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미디어, 2016.05.16>
입냄새 나는 사람에게 말하는 구취 대화법
[WHY 입냄새, WHAT 구취]김대복 박사의 종횡무진 냄새 문화 탐험<33>
현대인의 절반은 입 냄새에 예민하다. 구취는 타인에게 불쾌감을 줘 대인관계 및 사회생활에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 입 냄새는 어린이부터 노인까지 예외가 없다. 대전대 한의대 김대복 겸임교수의 입 냄새 문화 산책을 시리즈로 엮는다.
<33>입냄새 나는 사람에게 말하는 구취 대화법
입냄새 나는 사람에게 구취를 어떻게 알릴까. 주위에 입냄새 나는 사람이 있다면 상처받지 않게 말하는 요령이 필요하다. 사람에게는 ‘좋은 사람 증후군’이 있다. 누구나 그저 좋은 말만 하고 싶다. 상대에게 어려운 말, 듣기 싫어하는 말은 다른 사람이 하기를 바란다.
삶에는 좋은 소식과 나쁜 소식이 교차한다. 누군가는 그 사실을 알려줘야 한다. 그러면 총대를 누가 메야 하나. 일반적으로 의료인이 하는 게 좋다. 다만 의료인에게 오기 전까지는 주위에서 알려줘야 한다. 이 때 대화법 기술이 필요하다.
좋은 소식일 때는 말하는 이의 커뮤니케이션 스타일이 듣는 이의 정신 건강에 부담을 주지 않는다. 나쁜 소식일 때는 말하는 이의 부적절한 커뮤니케이션이 듣는 이의 불안이나 스트레스를 가중시킨다.
구취 치료를 하면서 고객에게 가끔 묻는다. “입냄새가 나는 사실을 어떻게 알게 됐나요?” 절반 정도는 “스스로 알았다”고 답하고, 나머지는 “누군가를 통해 알게 됐다”고 설명한다.
누군가를 다시 확인하면 대부분이 가족이고, 일부가 친구나 직장 동료다. 친구를 더 살펴보면 절대다수가 동성이고, 이성은 거의 데이트 중인 연인으로 국한된다. 연인도 가족의 부류에 포함시킬 수 있다.
이를 통해 “당신에게서 구취가 난다”는 것과 같은 어려운 말은 가족의 몫임을 읽을 수 있다. 또 현실에서도 가족이 주로 알려줌을 알 수 있다. 가족은 비밀이 없는 존재다. 무한 이해를 하는 사람이다. 가족이 말하면 구취를 가진 이가 상처를 적게 받는다. 가족 외의 사람은 아무리 가까워도 단점을 숨기고 싶은 게 인간 속내다. 특히 이성에게서 지적을 받으면 더 큰 상심을 할 수도 있다.
누군가 입냄새가 난다. 그런데 정작 본인은 모른다. 이를 어떻게 할까. 필자가 환자들과의 많은 대화를 한 결과로 보면 가족에게 귀띔해주는 게 좋다. 최선책까지는 몰라도 차선책은 될 수 있다.
두 가지 사례를 소개한다. 먼저, 학부모 모임의 여성이다. 중년의 어머니 10명이 자녀가 초등학교 때부터 7년째 만남을 이어가고 있다. 그런데 한 어머니가 3년 전부터 입냄새가 났다. 최근에는 구취가 더 심해졌다. 밀폐된 공간에서 만나면 눈치껏 그녀의 옆에 앉지 않으려는 어머니도 있다. 그래도 당사자는 인식하지 못했다.
한 어머니는 고민했다. “말 해야 하나, 어떻게 말을 할까.” 그녀는 구취가 나는 어머니의 여동생과 자리를 했다. 진지하게 상황을 설명했다. 여동생은 깜짝 놀라면서도 고마워했다. 여동생은 언니와 대화를 했다. 실제 고약한 냄새가 났다. 여동생은 우연히 안 듯한 표정을 지으며 자연스럽게 병원행을 권유했다. 그녀는 먼저 치과에 갔다. 구강과 치아에는 이상이 없었다. 그녀는 편도 결석이나 소화기 질환을 염려해 필자를 찾아왔다.
몸이 찬 그녀는 만성 소화불량에 시달렸다. 또 아이의 학업성적으로 인한 스트레스도 많았다. 두 가지가 입냄새 원인으로 작용한 것이다. 이 경우는 스트레스를 완화하고, 몸을 따뜻하게 하는 처방을 하면 체질이 개선돼 구취도 사라진다.
또 한 사례는 30대 초반의 남성이다. 혼인을 앞둔 그는 여자친구의 권유로 내원했다. 20대 후반인 여자친구는 어느 날부터 키스를 할 때 역겨움을 느꼈다. 남자친구의 입에서 계란썩은 듯한 냄새가 난 것이다. 처음에는 냄새가 약했지만 몇 달이 지난 뒤에는 키스할 마음도 달아날 정도로 심했다.
그녀는 주저하다가 남자친구에게 “오빠, 입에서 냄새나네”라고 가볍게 이야기 했다. 이에 남자친구는 “내 입에서는 향기로운 냄새가 난다”라며 농담으로 받아들였다. 몇 달 뒤 그녀는 정색을 한 뒤 구취의 현실을 말했다. 심각성을 깨달은 남자는 두 곳의 치과와 한의원을 거쳐 필자와 만나게 되었다.
누구나 좋은 말, 덕담만 하고 싶다. 그러나 현실은 지적해줘야 하는 일들이 많다. 지적할 때는 상처받지 않게 말하는 기술이 있어야 한다. 또 말하는 대상이 누구인가에 따라 상처가 보약이 될 수도 있다.
구취가 나는 사람에게 어려운 말을 할 사람은 가족이 적격이다. 다음으로는 동성의 친구나 동료가 아닐까. 가족은 아픔도 이해하고 보듬는 존재이고, 동성의 친구와 동료는 같은 남자로서, 같은 여자로서 충분히 이해할 수도 있는 사람이기 때문이다.
글쓴이 김대복
대전대 한의학과 겸임교수로 혜은당클린한의원장이다. 주요 논문으로 '구취환자 469례에 대한 후향적 연구'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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