냄새의 사회학, 악취의 심리학, 향기의 사랑학
환경미디어 2016.01.28
WHY 입냄새, WHAT 구취
-김대복의 종횡무진 냄새 문화 탐험-
현대인의 절반은 입 냄새에 예민하다. 구취는 타인에게 불쾌감을 줘 대인관계 및 사회생활에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 입 냄새는 어린이부터 노인까지 예외가 없다. 대전대 한의대 김대복 겸임교수의 입 냄새 문화 산책을 시리즈로 엮는다.
<4> 냄새의 사회학, 악취의 심리학, 향기의 사랑학
냄새는 코로 맡을 수 있는 온갖 기운이다. 냄새에는 향기가 있고, 악취가 있다. 향기는 좋은 냄새다. 꽃이나 향수 등에서 나는 것 중 좋은 것이다. 옥의 냄새인 옥향이 대표적이다.
악취는 구역질 냄새, 역겨운 냄새다. 족제비나 스컹크의 지독한 악취는 잘 알려져 있다. 사람의 대인관계를 불편하게 하는 입 냄새도 신경 쓰이는 악취다.
냄새는 인간과 인간, 개인과 집단의 관계에서 나타나는 삶의 부산물이다. 좋은 예가 성호르몬이다. 사춘기에는 성호르몬 분비가 왕성하다. 성 호르몬은 소년을 남자답게, 소녀는 여성스럽게 한다.
성 호르몬이 늘면 땀샘과의 반응이 많아진다. 성 호르몬을 만난 땀샘은 분비물을 계속 피부 밖으로 밀어낸다. 적정한 분비물은 성적으로 이성을 매혹시키는 역할을 한다.
하지만 다량의 분비물은 역효과다. 피부에 서식하는 세균이 급증한다. 맛있는 먹이를 찾은 세균은 분비물을 왕성하게 분해한다. 이 과정에서 역겨운 냄새가 난다. 두피와 사타구니, 겨드랑이 부위에서 냄새가 나는 액취증도 이 과정을 거친다. 액취증은 백인과 흑인에게는 흔하다. 다행히 한국인은 적은 편이다. 한국인은 냄새의 사회학에서 우성인자인 셈이다.
동물세계에서 악취는 생존방식이다. 세계에서 가장 역겨운 냄새를 내는 동물은 스컹크다. 아메리카에 사는 스컹크는 적이 오면 항문선에서 황금색 액체를 뿌린다. 3∼4m까지 분사되는 액체를 얼굴에 맞으면 잠시 눈을 뜨기 힘들다. 심하면 염증이 생기고, 생명도 위험하다.
이 액체는 황이 함유된 티올(thiols) 성분의 유독가스다. 스컹크의 유독가스 냄새는 1km밖에서도 맡을 수 있다. 스컹크의 역겨운 냄새는 공격용이 아니다. 단지 방어용이다. 생존의 생리학이자 다른 동물에게 경고하는 생존의 심리학이다.
향기는 사랑을 부른다. 이성 유혹물질로 알려진 페르몬향은 각종 제품으로 활용되고 있다. 옆구리가 허전한 일부는 페로몬향수로 연인을 맞을 준비도 한다. 이성과의 만남에서 좋은 향이 지속되면 호감이 매력으로 이어진다. 사랑에 빠지면 바람의 향기도 상큼하게 느껴진다.
연인과 함께하는 반찬 냄새도, 사랑하는 이의 옷 냄새도, 새로 입주한 보금자리의 시멘트 냄새도 향기로울 뿐이다. 그래서 사랑은 아름답다고 했다. 다만 향기도, 사랑도 지나치면 제 가치를 인정받지 못한다.
한 곳에 머물러 냄새를 맡으면 강도가 약해진다. 더 강한 냄새를 원한다. 처음 향수를 뿌리면 느낌이 강하다. 그러나 곧 향에 익숙해진다. 더 강한 향수를 찾게 된다. 지나친 향은 상대에게 불쾌감을 줄 수 있다. 연인에 대한 생각도 일방적이고 과도하면 사랑이 아닌 집착이다.
향기는 태교에도 적용된다. 태아는 냄새를 직접 맡지 못한다. 그러나 엄마를 통해 느낄 수 있다. 엄마의 호흡 속에 담긴 냄새가 태아에게 전달된다. 태아의 후각기관은 임신 20주 무렵부터 발달한다. 임신한 주부 중에는 아로마테라피 등 다양한 향기 태교를 시작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 향기 태교는 태아는 물론 임산부에게도 좋다. 긴장되고 불안한 몸과 마음을 이완시켜 주기 때문이다.
사랑을 더욱 아름답게 하는 향기. 삶을 더욱 살갑게 향긋한 내음. 그런데 연예인은 냄새와 향기를 어떻게 나눌까. 개그맨 최효종은 ‘콧구멍을 열면 향긋한 향기, 창문을 열면 그저 그런 냄새’라는 유머를 구사했다.
글쓴이 김대복
대전대 한의학과 겸임교수로 혜은당클린한의원 원장이다. 주요 논문으로 '구취환자 469례에 대한 후향적 연구'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