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홀한 키스, 달콤한 기절
환경미디어 2016.01.21
WHY 입냄새, WHAT 구취
-김대복 박사의 종횡무진 냄새 문화 탐험-
현대인의 절반은 입 냄새에 예민하다. 구취는 타인에게 불쾌감을 줘 대인관계 및 사회생활에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 입 냄새는 어린이부터 노인까지 예외가 없다. 대전대 한의대 김대복 겸임교수의 입 냄새 문화 산책을 시리즈로 엮는다.
키스는 입맞춤이다. 사랑의 표현으로 상대의 입에 자기 입을 맞추는 것이다. 키스는 본능이다. 배우지 않아도 마음이 가면 몸이 따르는 행동이다. 따라서 환상을 갖기도 한다.
좋아하는 사람과의 키스는 달콤한 향기, 감미로운 입술의 연속으로 영원한 행복을 상상하게 한다. 물의 여인처럼 깔끔하고, 꽃을 든 남자처럼 자상한 면을 생각한다.
문학 작품의 주인공들은 독자의 애간장을 녹이는 입맞춤을 곧잘 한다. 목을 뒤로 젖힌 여인을 힘껏 안는 젊은 백작, 기절할 듯 아련한 상황에서도 목을 타고 흘러내리는 사랑을 키스로 되돌려주는 청순한 소녀 류의 표현이다. 실제로 많은 키스는 감정이 승화된 진한 사랑의 결정체다.
그러나 세상의 모든 입맞춤이 낭만적인 것은 아니다. 사랑을 가장한, 입맞춤을 매개한 그릇된 행동도 꾸준하다.
1983년 AP통신은 미국의 ‘키스 강도’를 소개했다. 산토스라는 여인은 입맞춤을 추구하는 남성본능을 악용했다. 그녀는 호프 바 등에서 만난 남자를 유혹했다. 술기운을 핑계 삼아 남성들과 키스를 했다. 키스에 몰두하던 남성은 서서히 온 몸에서 힘이 빠졌다. 술에 마취제가 섞인 탓이다.
그녀는 남성이 정신을 잃으면 금품을 훔쳤다. 경찰은 피해자 11명을 확인했다. 그러나 경찰은 그녀의 수법을 추측할 뿐이다. 같이 술을 마시면서도 자신은 기절하지 않고, 건장한 남성만 정신 잃은 것을 미스터리로 여긴다.
술에 취하면 아름다워야 할 입맞춤이 회한의 아픔으로 타락하기도 한다. 1929년 서울 종로서에는 36세의 체격 좋은 목수와 일행 3명이 조사를 받았다. 음식점 여종업원을 키스로 기절시킨 사건 때문이었다. 11월8일 그는 친구들과 청진동 음식점에서 자정 무렵까지 취하도록 마셨다. 폭음을 한 그는 서빙을 하던 21세 여종업에게 불같은 키스를 했다. 준비되지 않은 상태에서 과격한 키스를 받은 여성은 그만 졸도하고 말았다. 술 취한 사람들은 모두 경찰서로 잡혀갔다.
사랑의 감정인 키스는 기술로 변질된다. 그 중의 하나가 오래 하기다. 기네스북에는 세계최장시간 키스 기록이 수시로 바뀐다. 2009년 독일에서는 32시간 7분 14초나 입맞춤을 했는데, 2011년 태국에서는 무려 7쌍이 이 기록을 갈아치웠다.
하지만 키스 오래하기 기록자들은 파경 확률이 일반인에 비해 높다. 처음 몇 분은 좋은 감정이 일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상대의 입 냄새에서 자유롭지 못하기 때문이다. 깔끔한 이미지가 불결한 느낌으로 바뀔 수 있다. 특히 트림이라도 하면 내장의 냄새까지 올라온다. 좋은 감정이 순식간에 사라질 수도 있는 것이다.
키스는 사랑과 냄새의 나눔이다. 달콤한 혀를 교환하는 짧은 순간에 1억 마리의 박테리아도 이동한다. 네덜란드 렘코 코트 교수팀은 인간만이 프렌치 키스를 하는데, 10초의 짧은 기간에 8000만 마리의 박테리아를 교환됨이 밝혔다. 박테리아는 대부분 유익하다. 그래서 키스는 면역력 강화의 묘약이다. 하지만 구강 불결, 이비인후과 질환, 내과 질환이 있으면 입 냄새가 날 수 있다. 구취는 사랑하는 연인도 멀어지게 하는 사랑과 소통의 악재다.
글쓴이 김대복
대전대 한의학과 겸임교수로 혜은당클린한의원 원장이다. 주요 논문으로 '구취환자 469례에 대한 후향적 연구'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