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냄새 100문 100답](26)연산군과 번열증 구취, 임하부인과 입냄새 - 김대복 한의학박사의 구취 의학
강병원 기자 kbw@hankooki.com
구취는 성인의 50% 가량에서 난다. 심한 입냄새는 사회생활의 적이다. 성격이 소극적으로 변하고, 자신감이 떨어질 수 있다. 또 건강에도 위협적이다. 김대복 한의학박사(혜은당클린한의원장)가 입냄새 궁금증 100가지를 풀이한다. <편집자 주>
한의학박사 김대복 원장
<사례>
40세 남성입니다. 조선의 임금인 연산군이 번열증으로 임하부인을 찾았다고 합니다. 번열증은 어떤 병이고, 연산군은 임하부인에게서 어떤 치료를 받았나요.
<김대복 한의학박사 의견>
먼저, 의견을 말씀 드립니다. 임하부인(林下婦人)은 사람이 아닌 우리나라 산에 자생하는 으름입니다. 으름 열매가 잘 익으면 밤처럼 벌어집니다. 옛 사람은 그 모습을 해학적으로 여성에 비유해 임하부인이라고 했습니다. 연산군은 으름인 임하부인으로 번열증(煩熱症)을 치료했습니다.
번열증은 삿된 기운이 몸에 들어가 생기는 병입니다. 스트레스, 기 순환 이상, 소화불량, 감염 등이 지속되면 면역력이 저하됩니다. 신장에 열(火)이 쌓여 수(水)의 기운이 부족하게 됩니다. 신장 위장 등에 열(火)의 기운이 지나치면 가슴이 답답하고, 손발 등으로 열이 솟는 느낌을 받습니다. 또 갈증을 느끼고, 구역질을 하며 잠을 이루지 못합니다. 목마름과 수면장애가 계속되면 입냄새도 납니다.
번열증을 앓은 연산군은 치료제로 으름을 선택했습니다. 그 기록이 연산군일기 11년 10월 29일에 남아 있습니다. “각 도에 얼어열매(於乙於實)를 바치게 하였다. 그 열매는 팥(小豆)보다 약간 크고 맛은 달고 시다. 즙을 내 꿀에 타 장(醬)을 만들면 맛이 시원하고 상쾌하다. 주색에 빠진 왕이 번열증(煩熱症)으로 인해 이 장을 즐겨 마셨다. 그 나무는 산에서 난다. 백성은 그 이름을 알지 못하고, 먹을 줄도 몰랐다. 이때 누군가가 왕에게 아뢰어 이러한 명을 한 것이다. 백성이 열매를 채집하느라 큰 고통을 겪었다.”
연산군은 정쟁에서 진 임금입니다. 반정을 한 중종의 신하인 사관은 연산군에 대해 부정적 시각이었습니다. 번열증은 성생활과는 큰 관계가 없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관은 연산군의 질환을 주색과 연관시키고 있습니다.
으름은 혈액순환과 기 순환에 도움이 됩니다. 요통, 신경증, 관절통, 불면증 등에 좋고, 산모의 유즙분비 촉진용으로 처방됩니다. 한방에서는 으름의 줄기를 통초(通草), 열매는 잘 통한다는 의미로 목통(木通)으로 표기합니다. 혈액 등 몸 전체 기운의 순환에 유익함을 생각하게 합니다. 동의보감에서는 ‘12경락을 서로 통하게 한다’고 했고, 본초강목에서는 맺힌 것을 풀어주고 이수(利水)작용을 한다고 했습니다. 으름은 이름대로 불면증, 신경불안, 관절통증, 요통, 산모의 유즙분비 촉진 등에 도움이 됩니다.
연산군은 으름으로 장을 만들어 복용했습니다. 이는 소변을 시원하게 하는 이뇨작용이나 갈증해소를 기대한 것으로 보입니다. 연산군일기 12년 3월 23일에 기록된 왕의 시에서도 읽을 수 있습니다. 연산군은 이날 으름으로 만든 어을어밀장(於乙於蜜醬)을 승정원에 선물하면서 시도 남겼습니다. 그중 한 구절에 ‘빛은 단사보다 나아 목마른 폐를 적셔주고, 맛은 앵두 열매 같아 늙어가는 얼굴을 새롭게 한다’는 표현이 있습니다. 으름을 폐 등의 전신 건강용으로 생각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연산군은 스트레스가 유독 많았을 것입니다. 어머니가 사약을 마신 사실을 뒤늦게 알았고, 왕권에 도전하는 신하들과 정면대결을 해야 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연예 문화에 관심을 가졌고, 신하들의 무수한 비판에 불안이 가시지 않았습니다. 마음이 안정되지 않으면 몸에 이상이 나타납니다.
불안은 면역력을 떨어뜨립니다. 이목구비. 심장, 폐, 간, 위, 장 등 인체 모든 장부의 약화 원인이 됩니다. 진액 부족, 심장 약화, 음허(陰虛), 담(膽) 허약, 혈(血) 부족, 화기(火氣) 등 전신에 문제가 나타납니다. 특히 소화력이 떨어져 번열증(煩熱症)을 일으킵니다. 안면홍조 등을 부르는 번열증은 위장에서 발생한 열로 인해 신체 상반신은 뜨겁고 하반신은 차갑게 됩니다. 번열증, 불면증, 소화불량 등 스트레스로 인한 소화기계 질환이 만성으로 진행되면 구강건조가 나타납니다. 입이 자주 마릅니다. 영양성분인 진액도 감소됩니다. 침 분비가 적으면 입냄새가 악화됩니다.
연산군이 번열증을 바로 잡지 못했으면 구취도 있었을 것입니다. 그러나 번열증을 임하부인으로 잘 다스린 듯 싶습니다. 만약 연산군에게 입냄새가 심했다면 역사서에 기록되었을 것입니다. 역사의 패자인 연산군에 대해서는 좋지 않은 사실을 숨길 필요가 없기 때문입니다. <김대복 혜은당클린한의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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