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복의 구취 세상] 2. 마늘의 양면성
입 냄새는 인류의 오랜 숙제였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구취로 고민한 사람이 많다. 역사 인물과 입냄새에 관한 이야기를 한의학박사인 김대복 혜은당클린한의원장이 연재한다. <편집자 주>
[세종대왕신문=김대복 한의학박사] 우리나라 최초의 의사는 누구일까? 기준을 어디에 두느냐에 따라 답은 달라진다. 한국 고유 의학에 바탕 두면 답은 환웅이다. 인류는 초기 문명부터 의료행위를 했다. 현생 인류는 20만 년 전에서 5만 년 전 사이에 출현했다.
공동체 생활을 해온 인류의 생존법 중 하나는 상대에게 호감을 심는 것이다. 비호감 요소 중에는 불결함이 있고, 그중에서도 입냄새는 직접적으로 부담이 되었다. 열악한 환경의 원시시대 사람은 구취가 심했을 수밖에 없다.
인지가 깨어나면서 사람들은 입냄새를 해소하기 위해 노력했다. 소금물로 양치하고, 버드나무로 칫솔을 만들기도 했다. 그러나 근대까지도 구강 위생과 치아 위생이 극히 좋지 않은 터라 한계가 있었다. 고조선이 건국될 무렵에는 자연 식물을 이용한 다양한 치료가 시도되었다.
단군기원 첫 해는 기원전 2,333년이다. 이는 동국통감에 고조선 건국을 요 즉위 25년 무진으로 본 것에 근거한다. 문헌상 단기(檀紀) 를 처음 사용한 사람은 고려 우왕의 사부인 백문보(白文寶)다. ⓒ이재우 기자
지금으로부터 약 5천 년 전인 기원전 2333년에 단군왕검이 고조선을 세웠다. 고조선 지배층은 청동기로 무장한 거대한 정치세력이었다. 일연이 쓴 삼국유사에 의하면 단군왕검의 아버지는 하늘의 아들인 환웅이고, 어머니는 웅녀다.
하느님의 아들인 환웅이 3천 명의 무리와 함께 인간 세상에 내려왔다. 신권을 상징하는 세 개의 도장인 천부인(天符印)을 지닌 환웅은 백산(白山)에 신시(神市)를 베풀었다. 환웅은 삼백 예순 가지의 세상일을 주관하며 인간 세계를 교화했다.
환웅의 일행에는 비 담당인 풍백(風伯), 바람 담담인 우사(雨師), 구름 담당인 운사(雲師)가 있었다. 단군 시대에 농경 생활에 필요한 관리가 존재했음을 알 수 있다. 농경 생활이 본격화되면서 식물을 활용한 입냄새 제거나 완화 의술이 더욱 발전하게 된다.
환웅은 우리 역사에 기록된 최초의 의료행위를 한다. 최초의 의사인 환웅의 첫 고객은 웅녀였고, 첫 약재는 마늘과 쑥이었다. 심국유사에 의하면 사람 되기를 원하는 곰과 호랑이가 환웅을 찾아왔다. 환웅은 곰과 범에게 영험한 기운의 쑥 한 심지와 마늘 스무 개를 주면서 말했다. “햇빛을 보지 않고, 쑥과 마늘로 일백일을 버티면 사람이 될 수 있다.”
최명옥 작가의 호랑이 삼형제. ⓒ구본숙 기자
오랜 고통을 참은 곰은 삼칠일(21일)만에 인간 여자가 되었다. 호랑이는 참지 못하고 야생으로 돌아갔다. 환웅은 여인이 된 곰과 혼인해서 단군을 낳았다. 환웅이 곰을 사람으로 만든 것은 조물주의 인간 창조에 버금가는 기적의 의술이다.
환웅이 처방한 쑥과 마늘은 살균력, 정장력 등 의료적 효능이 있다. 고조선 건국 무렵에 일부 사람이 여전히 살던 동굴, 움집, 풀집 등에는 해충이 서식했다. 환웅은 쑥의 연기로 벌레 해충을 퇴치하고, 마늘로 몸을 보호하게 한 것이다.
마늘밭과 여인. ⓒ이의종 전 광평대군파종회이사장
마늘은 살균, 해독, 성기능 강화, 정장(整腸), 소화기능, 보온, 노화방지, 혈액순환촉진, 피로회복 효과가 있다. 특히 결핵균, 호열자균, 이질균, 임질균에 대한 살균 효과가 뛰어나 전통의학에서 활용도가 높았다. 마늘 복용으로 위장과 소화기능이 좋아지고, 살균력과 해독력이 증가되면 기존의 입냄새도 완화될 가능성이 높다.
현대인은 생마늘 섭취를 피하는 경향이 있다. 냄새가 독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환웅은 마늘을 웅녀에게 복용시켰고, 여인이 된 그녀와 사랑의 키스를 했다. '의사' 환웅은 마늘의 백 가지 이익(百益)을 염두에 두고 한가지 해(一害)에 눈 감은 셈이다. 환웅, 단군의 후손은 마늘을 구워서 복용해 독한 냄새를 완화시켰다.
<글쓴이>김대복
한의학 박사로 혜은당클린한의원장이다. 주요 논문과 저서에는 '구취환자 469례에 대한 후향적 연구', ‘입냄새 한 달이면 치료된다’, ‘오후 3시의 입냄새’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