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 냄새를 일으키는 질환은 다양하다. 입 냄새와 연관 있는 다양한 질환과 치료법을 김대복 한의학박사(혜은당클린한의원장)가 연재한다. <편집자 주>
동료에게서 입냄새가 나면 어떻게 해야 할까. 가끔 만나는 사이라면 잠시 참거나 자리를 피할 수도 있다. 타인에게 좋지 않은 소식을 전하는 것은 피하고 싶은 게 인지상정이다. 사람에게는 좋은 말만 하고 싶은 ‘좋은 사람 증후군’이 있다. 상대에게 어려운 말, 듣기 싫은 말을 하면 자신도 스트레스를 받을 수 있다. 그렇기에 나는 좋은 말을 하고, 나쁜 말은 다른 사람이 하기를 바란다.
그러나 나쁜 뉴스도 말해야 할 때가 있다. 구취인 대부분은 정작 자신의 입에서 냄새가 나는 것을 알지 못한다. 누군가 말해줘야 치료를 받을 수 있다. 주위 사람의 어려움을 같이 아파하는 사람은 악역을 피하지만은 않는다. 이는 가족 등 아주 가까운 사이에 주로 보인다. 그러나 친근한 관계에서도 안 좋은 이야기를 들으면 상처받기 쉽다. 따라서 스트레스나 불안을 줄이는 대화 방법을 고민해야 한다. 상대가 상처를 받지 않거나 덜 받게 하는 넛지 효과를 활용하는 것도 방법이다.
넛지(nudge)는 살살 밀다, 쿡 찌르다는 뜻이다. 슬쩍 옆구리를 찌르는 듯이 긍정 유도의 말을 가볍게 던지는 기법이다. 강요가 아닌 자연스런 선택을 하게 해 원하는 바를 얻는 방법이다. 가령, 입냄새가 나는 것을 가볍게 툭 던진 뒤 치료 성공률을 말하는 것이다. 예를 들면 친구의 구취가 심하다면 다음처럼 이야기 할 수 있다. “너에게서 입냄새가 나는 것 같은데…. 사람에게는 다 나지만 가끔 옆 사람이 아는 경우도 있어. 이때는 구취를 다루는 한의원에 가면 99% 치료 된다더라.”
구취인은 친구의 말을 듣고 입냄새가 나는 것은 알게 되고, 치료도 쉽게 됨을 인식해 스트레스를 덜 받는다. 또 치료율 99%라는 말에 적극적으로 치료를 생각한다. 만약 1%는 치료해도 실패한다고 하면 병원 행을 주저하고, 스트레스도 더 많이 받을 수 있다. 결국 구취인에게 입냄새를 알릴 경우 넛지 효과를 염두에 두고 해야 한다.
반면 방관자 효과도 있다. 친구의 구취가 심함에도 불구하고 말하지 않는다. ‘나 아닌 다른 친구들이 말하겠지’라는 생각 때문이다. 이 경우, 결국은 아무도 말하지 않아서 구취인이 제 때 치료를 받지 못하고 상태가 더 악화될 개연성이 높다. 방관자 효과는 어려운 말을 할 수 있는 사람이 많을수록 짙게 나타난다. 공동책임은 무책임이라는 심리와도 맥락이 같다.
누구나 좋은 말, 덕담만 하고 싶다. 그러나 현실은 지적해줘야 하는 경우가 많다. 다만, 지적을 할 때는 상처받지 않게 말하는 기술이 있어야 한다. 말하는 대상이 누구인가에 따라 상처가 보약이 될 수도 있다.
구취가 나는 사람에게 어려운 말을 할 사람은 가족이 적격이다. 다음으로는 동성의 친구나 동료다. 가족은 아픔도 이해하고 보듬는 존재이고, 동성의 친구와 동료는 같은 남자로서, 같은 여자로서 충분히 이해할 수도 있는 사람이기 때문이다. 누가 사실을 알려주든 넛지 효과를 염두에 둔 커뮤니케이션 기법이 유용함을 명심하자.
<김대복>
한의학 박사로 혜은당클린한의원장이다. 주요 논문과 저서에는 '구취환자 469례에 대한 후향적 연구', ‘입 냄새 한 달이면 치료된다’, ‘오후 3시의 입 냄새’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