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 냄새를 일으키는 질환은 다양하다. 입 냄새와 연관 있는 다양한 질환과 치료법을 김대복 한의학박사(혜은당클린한의원장)가 연재한다. <편집자 주>
“어머니에게서 입냄새를 물려받은 것 같아요.” “아버지도 오랜 기간 구취로 속앓이를 하셨어요.” “유아에게서 입냄새 나는 것은 부모 영향이 아닌가요.”
이는 구취 치료를 받는 환자들의 푸념 중 일부다. 공교롭게 대를 이어 입냄새를 의식하는 사람들은 구취의 유전을 의심한다. 일부는 가족력을 믿기도 한다. 유전은 암호화된 부모의 DNA가 자식에게 이어지는 생물학적 특징이다. 그러나 부모의 성향이 자녀에게 모두 나타나는 것은 아니다.
유전인자를 물려받았어도 환경이 결부되어야 발현되는 경우가 많다. 또 유전에는 우성과 열성이 변수가 된다. 미남과 미녀의 2세가 꼭 예쁜 것은 아니고, 천재와 천재가 사랑해도 영재를 낳는 것만은 아니다. 아토피, 고혈압, 당뇨, 전립선 등의 질환은 다른 유전요인에 비해 발현 확률이 높지만 절대적이지는 않다.
하지만 유전력이 있으면 가족력은 높을 수밖에 없다. 가족력은 환자의 가족이나 가까운 친척의 의학적 내력이다. 구취 환자들은 유전은 아니어도 가족력은 믿는 경향이 있다. 의학적으로 보면 구취는 유전 질환이 아니다. 아버지나 어머니에게서 나는 입냄새가 자식에게 대물림 되지 않는다. 물론 특정 단백질 분해 능력 결핍으로 비린내가 나는 생선냄새 증후군은 유전 질환이다. 이는 특수한 경우로 구취의 유전으로 일반화할 수는 없다.
또 부모와 자식 사이에 입냄새 원인 중 하나인 짙게 낀 설태의 유사성을 유전으로 생각하는 경우도 있다. 그러나 이는 설태나 구취의 유전이 아닌 혀의 형태 유전이다. 구취에 취약한 몸이 찬 체질, 육식 선호 체질, 소화불량 체질, 약한 치아 등은 자녀에게도 이어질 수 있다. 이 또한 입냄새 유전이 아닌 특성 전달에 불과하다. 이 같은 경우 유전은 아니지만 가족력이 높아질 수 있다.
이와 함께 환경 영향도 높다. 구취가 발생한 사람의 가족은 같은 생활환경이나 섭생, 습관을 가질 가능성이 높다. 이로 보면 구취는 선천성이 아닌 후천성이다. 신체 관리를 잘하면 입냄새가 나지 않고, 구취가 시작됐어도 치료가 가능하다.
입냄새는 생리적 원인과 질환적 원인이 있다. 생리적 입냄새는 침샘 분비력 저하로 인한 항균작용 약화 비율이 크다. 취침 후의 입냄새가 대표적이다. 피지선 감소가 뚜렷한 중노년의 체취나 구취, 다이어트나 절식 후의 구취, 스트레스성 구취, 여성의 생리 후 입냄새, 양파 등의 자극성 음식 섭취 후 구취도 생리적 입냄새다. 이 같은 구취는 시간이 지나거나 섭생을 관리하면 곧잘 사라진다.
이에 비해 질환적 입냄새는 원인 치료를 해야만 제거된다. 질환적 구취 원인은 비염, 축농증, 구강질환, 편도염, 편도결석, 위산역류증, 소화불량증, 폐질환, 간질환 등이 대표적이다.
입냄새는 원인을 제대로 알면 쉽게 개선된다. 대체로 오래되지 않은 입냄새는 1개월, 만성인 경우도 3개월이면 좋은 결과를 볼 수 있다.
<김대복>
한의학 박사로 혜은당클린한의원장이다. 주요 논문과 저서에는 '구취환자 469례에 대한 후향적 연구', ‘입 냄새 한 달이면 치료된다’, ‘오후 3시의 입 냄새’가 있다.